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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컹,
몸이 얕게 흔들리는 감각과 함께 불현듯 꺼져있던 정신이 맞붙습니다.
아무래도 버스 안에서 깜빡 잠들었던 모양이네요.
눈을 뜨면 들어오는 풍경, 조금 낡은 감이 있는 앞좌석의 시트....
익숙한 것들 투성이인 차체의 내부에서 익숙하지 않은 점이라고는 버스가 텅 비어있다는 점 뿐입니다.
그야말로 '나 자신' 을 제외한 탑스객이 존재하지 않습니다만, 왜인지 별로 대수롭지는 않습니다.
적적한 버스를 오로지 시선만으로 훑고 있었을 때였나요. 문득 좌석의 맞은 편 정면에 붙어있는 버스 번호 라벨이 눈에 들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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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버스는 아무래도 종점까지 우회해서 가는 번호의 버스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 탑승객이 없을 법도 하지요. 불안할 것은 없습니다.
그래서 어디쯤 왔지? 그 전에 목적지가 어디였더라...
문득 차창 밖을 바라보면 흔들리는 창문 너머로 어느새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꼭, 세상을 수몰시킬 것 처럼. 이 비는 언제부터 내리기 시작한걸까요? 잠들기 전까지만 해도 제법 맑았었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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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uccess
잠들기 전 까지만 해도...? 글쎼, 정말 잠들기 전까지만 해도 날씨가 맑았던가?
세이는 문득 부자연스러운 위화감에 사로잡힙니다. 잠들기 전의 기억이 전혀 나지가 않습니다.
언제 이 버스에 올라탔는지. 왜 여기에 있는지조차도.... 마치 검은 도화지 위에 먹칠을 한 듯, 머릿속엔 형체를 알 수 없는 뿌옇고 흐릿한 기억만이 남았습니다.
아니,
san 0/1 굴려주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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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컹,
어지러운 머리를 갈무리 하기도 전에, 방지턱 탓인지 버스가 또 한 번 크게 흔들립니다.
그 불친절한 진동과 함께 품에 안고있던 무언가가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세이가 떨어뜨린 것은 국화 꽃다발이었건 것 같습니다.

목적지까지는 몇정거장 남았지? 버스 기사한테 지금 어디인지 묻자.
세이는 국화 꽃다발을 주워들었습니다. 바닥에 꽃다발이 나뒹군 충격 때문일까요? 꽃잎 몇 송이가 바닥에 흐드러진 것이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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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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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단말마와 같은 이명이 짧게 머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마치... 틴벨과도 같은 소리네요.
세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버스기사에게 다가가려는 순간, 버스가 서서히 멈추기 시작합니다.

세이는 버스기사에게 종착점을 묻기 위해 버스의 앞쪽으로 걸어나갔습니다.
하지만 운전석은 버스기사의 안전을 위해 덧대어진 썬팅 유리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네요.
안쪽에서 별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 때, 흐릿한 의식 너머로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렇지, 오늘은 하나레이시 시즈카의 첫 번째 기일이었죠.
그러니 세이는 시즈카가 잠들어있는 납골당으로 향하는 길이었을겁니다.
아무리 피곤해도 그렇지, 이런 중요한 사실을 잊고있었다니....
어느새 버스는 완전히 정차했습니다.
버스가 멈춘 곳은 인적이 드문 정류장.
탑승구가 열리고, 올라타는 승객의 모습이 보이네요.
세이는 스스로의 눈을 믿을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아마, 그렇겠죠.
그야 버스 위에 올라탄 사람은, ....1년 전에 죽었던 하나레이시 시즈카 였으니까요.
고즈넉한 빗소리가 귀를 먹먹히 울리는 텅 빈 버스 안, 세이는 죽었던 시즈카와 다시 조우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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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1 Success
세이는 알고 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은 꿈보다 비현실적이란 사실을요.
그렇기에 지금껏 비현실적인 현실을 여러차례 맞이해가며 이토록 불친절하고 잔인한 삶을 살아오지 않았던가요?
비현실적인 현실이요. 시즈카는 분명 1년 전에 죽었습니다. 오늘처럼 비가 내리던 날, 돌이킬 수 없는 사고에 휘말려서요.
그래요. 나는 그 사람이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 곁에 있어주지 못했고, 그렇기에 그의 부재를 부정했던 기억을 떠올립니다.
그러니 내 앞에 서있는 저 사람은, 시즈카가 아닌 시즈카를 지나치게 닮은 사람일 겁니다.
꿈보다 비현실적인 현실의 나날 속에서도 실현될 수 없는 비현실이 있는 법입니다. 죽었던 사람이 다시 살아돌아올 수는 없잖아요.
혼란 속에 빠져있는 세이의 상태를 눈치챈 걸까요. 막 버스에 올라탄 시즈카를 닮은 이는, 세이의 생각을 부정하듯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합니다.


아무리 부정하고 잊으려 해도 잊히지 않는 것이 있죠. 당신을 바라보는 다정한 눈빛, 웃는 얼굴, 목소리 같은 것들.
그리웠고, 그리웠기에 나날이 새로운 처절함과 아픔을 느끼게 했던 저 두 눈 처럼요.

벌써 잊은거라면 많이 슬플거야. 날 모르겠어?

닮은 사람이랑 착각하셨나봐요... 제가 아는 사람이랑도 닮으셨거든요.

그는 말을 마치고, 세이의 옆을 스쳐지나가 버스의 좌석에 앉았습니다.
그 순간, 세이는 받아들이고 맙니다.
시즈카를 닮은 저 사람은, 그저 닮은 사람일 뿐이 아닌 시즈카 그 자체라는 사실을요.

시즈카가 자리에 앉자, 문이 닫히고... 버스는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합니다.




그보다, 어디에 가고 있었니?

어차피... 꿈인데. 진짜로 가려 했던 곳 같은 게 중요할까요?




날 혼자 내버려두고 떠날 생각이 없었다구요, 정말로.
... ... 거짓말.

이해해, 말이야 어찌되었든 상관 없이 결과적으론 널 두고 죽어버린 사람인데 원망하는건 당연하지. ...그래도 진심이었단건 알아주었으면 해.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요? 결국 또 날 혼자 내버려두고 도망칠 생각이었잖아요. 혼자서만 준비하고, 나는 계속 그 시간에 갇혀있고...

내가 살아있던 시간에서 미아가 되는 것은 보고싶지 않아. 네가 길을 잃지 않게 도와주러 왔는걸. ...내가 그래도, 괜찮겠니?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난 시즈카는, 버스의 벨을 눌렀습니다.
그 소리를 끝으로, 버스는 곧 첫번째 저유장에 멈춰섭니다.


세이와 시즈카는 차례로 버스에서 내려 협소한 간이 정류장 아래로 들어섭니다.
빗줄기는 여전히 이 세상을 침수시킬 것 같이 맹렬합니다.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덮인 정류장 지붕 아래, 정류장의 뒷쪽엔 벽면이 새워져있습니다.
원목으로 만들어진 듯 한 나무벤치도 눈에 들어오네요.
버스 그림이 새겨진 표지판 또한 시선을 끕니다.

벽면에는 흰색 장미 무더기가 덩굴을 내리고 자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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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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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아래 꽃이 피어있습니다.
그 꽃은... 흰 색의 국화. 세이가 들고 있는 것과 같은 흰 색의 국화꽃입니다.
흙 속에 뿌리를 내린 채 한들한들 흔들리는 국화꽃은 물기를 머금은 탓에 아주 생생합니다.
국화꽃을 바라보고 있으면, 쏟아지는 빗소리를 가르고 시즈카가 말을 걸어옵니다.

빗줄기에 파묻힌 탓 이었을까요. 그렇게 속삭이는 시즈카의 목소리는 어쩐지 막연하고도 얕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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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는 국화꽃의 꽃말을 알고 있습니다. 국화꽃의 꽃말은 감사함과 진실함 이었죠?

선배랑은 반대네요.

버스가 올 때 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으니 앉아서 기다리도록 할까.

간략한 버스 그림이 새겨진 정류장 표지판 입니다. 표지판 아래 버스 노선도가 붙어있습니다.


세이는 표지판을 읽어봅니다.
...하지만 기대했던 것과 달리 평범한 노선도가 아닙니다. 아니, 이를 노선도라고 칭해선 안되겠네요.
버스 노선을 알리는 안내판에는 노선도 대신 '색상에 따른 국화꽃의 꽃말'에 관한 내용이 적혀있습니다.
[색상에 따른 국화꽃의 꽃말]
흰색:감사함, 진실함, 성실함
분홍색:정조
노란색:순정
보라색:내 모든 것을 그대에게
...색:당신을... 합니다.
맨 아래 적혀있는 국화꽃의 색상과, 색상별 의미는 칠이 벗겨져있어 읽을 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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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이 벗겨져 있지만, 자세히 보니... 아마 붉은 색이라고 쓰여져 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의미는 알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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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
그럼... 함 더 굴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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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



(둘리? 둘리? 둘러본다.)
세이는 주위를 둘러봤습니다. 그러자 시야에 전광판 하나가 눈에 들어오네요.

아마, 버스 도착 안내 전광판인 듯 합니다.
전광판에는 글자가 흐르고 있지만, 약한 노이즈가 끼어있는 탓에 제래로 읽기 힘들어보입니다.
세이 다시 관찰 굴려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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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판에 흐르는 글자는 완벽하진 않아도 어느정도 읽을 수는 있어보입니다.

...의 이름을 호명할 때, 다음 버스가 도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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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어쩌면, 시즈카의 이름을 불러야 다름 버스가 도착하는게 아닐까, 싶은 실없는 생각이 듭니다.



왜, 일까요. 당신이 부르는 것을 들은 시즈카의 목소리는 어딘가 한구석, 차게 식은 빗물에 젖어 번지는 것만 같습니다.
당장이라도 물에 녹아 사라질 것만 같아요. 세이, 당신을 바라보는.... 한없이 가라앉은 것만 같은 시즈카의 두 눈동자에서 무엇을 느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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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w
세이는 시즈카가 커다란 슬픔을 느끼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아주 처절히 느껴집니다. 손을 뻗어도 잡히지 않을 것 같고, 손에 잡았다고 한들 감히 위로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애절함 입니다.
아주아주 방대한, 온 삶을 통틀어 몇 번 느껴본 적 없을, 미칠듯하고도 강렬한 억겁의 슬픔이 빗소리에 잠식되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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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세이도 시즈카도, 서로의 이름을 불러준 것은 이번이 최초이지 않았나요?
서로, 버스에서 조우한 이래로 단 한 번도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으니까요.
...무어라고 말을 건네기도 전에, 장대비의 포화를 가르고 라이트가 번쩍입니다.
곧 버스 한 대가 정류장 앞에 정차합니다.
버스의 전면 유리창에 붙어있는 라벨에는 0103이라는 숫자가 적혀있네요.
멈춘 버스는, 공기가 빠지는 소리를 내며 버스의 입구를 열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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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 하는, 아까 전에 들었던 것과 같은 이명이 귓가를 울리고 사라집니다.
두 사람이 올라타는 것과 동시에 버스는 천천히 빗속 길을 뚫고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버스는 첫 번째 버스와 마찬가지로 텅 비어있습니다.
이 안에 존재하는 탑승객은 오로지 세이와 시즈카, 두 사람 뿐입니다.


(이번에도 버스 기사는 못보나??)_

세이는 버스의 운전석을 확인합니다.
하지만... 이상하다, 운전석에 앉아있어야 할 버스기사는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이 버스는, 그저 운전사도 없이 홀로 비가 내리는 도로를 내달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현대 사회에서 자동주행이 이렇게나 발전했던가, 이런 날씨에도 운전이 가능했었나. ....머리에 떠오르는 질문들에 대한 대답은 전부 부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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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카가 바라본 곳은 2인용 좌석, 세이의 뒤에서 대답을 기다리고 있네요.


(의자랑 세이 바라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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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 어쩐지 당신이 들고있던 국화가 조금 시든 것 같지 않나요?
마냥 하얗던 꽃잎 끝이 옅은 갈색으로 시들어 있습니다.









내가... 어떻게 그래요.
다 알잖아요. 나는 그럴 수 밖에 없단 거...










문득, 세이는 한 가지 기억이 떠오릅니다.
날짜를 기억하진 못하지만, 그 언젠가의 평온하고 행복했던 날의 어딘가.
세이, 당신의 옆에는 사랑해 마지않는 시즈카가 자리하고, 우리는 조용하고도 한적한 버스에 앉아 함께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죠.
상기해낸 평화로움도 잠시, 세이는 갑작스러운 서늘함을 느낍니다.
글쎄, '서늘함' 이라는 말로 형용할 수 있을까요?
두려움, 공포, 슬픔, 당황스러움. ...모든 불안정한 감정이 한데 뭉쳐 숨통을 억세게 짓누르던 그 때.
빗길에 미끄러진 버스가 요동치듯 크게 흔들립니다.
무언가에 머리를 강하게 맞는 충격과 함께, 일순 힘이 빠져나간 몸이 앞으로 쓰러집니다.
와락, 고꾸라지는 몸을 지탱하듯 누군가 세이를 강한 힘으로 끌어안습니다.
아니, '누군가'라고 특정지을 필요도 없겠네요.
그야, 당신의 곁에 있는 사람은 시즈카뿐인걸요.
시즈카가 강한 힘으로 세이를 끌어안았습니다.
..왜?
그런 질문을 던지기도 전에,
쾅-
반대편 차선을 지나치던 트럭과 버스가 갑작스레 충돌합니다.
직후 들려오는 것은 커다란 굉음, 쇠가 굽어들고 절단되는 소름끼치는 금속음.
무언가 터지는 소리, 날아가는 소리, 어딘가에 들이박는듯한 충격.
온 몸의 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찢겨져 나가는 생생한 통증.
품에 안고있던 국화곷다발이 바닥을 나뒹굴고, 마치 눈송이같은 국화꽃잎은 시야를 긋고 흐드러집니다.
세이를 꽉 끌어안은 시즈카의 체온은 어쩐지 전혀, 따듯하지가 않아서. 그게 또 어쩐지 너무나도 슬퍼서....
괜찮느냐고 물어봐야 하는데, 이대로 정신을 잃으면 안되는데.
시즈카의 상태를 확인하기도 전에, 세이의 시야가 수몰됩니다. 칠흑같은 어둠이 눈 앞에 쏟아집니다. 왜인지 생경하지 않은 순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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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빡,
세이는 눈을 뜹니다.
제일 먼저 들려오는 것은 무겁게 낙수하는 물방울 소리.
그리고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품 안에 안겨있는 백색의 국화꽃다발입니다.
꽃다발은 아까 전 보았을 때보다 조금 더 시들어있습니다.
이렇게 시들면 안될텐데. 오늘을 위해 준비한 꽃다발인걸요.


꼭 빗물에 익사할 것만 같이 무겁던 정신을 흔드는 것은 잔잔하고도 담담한 시즈카의 목소리.
이 곳은 버스정류장인 것 같습니다.
꼭 이 세상과 동떨어진 것만 같이, 끊임없이 펼쳐진 도로 한가운데 마련된 간이 정류장이요.
어느 틈에 내린걸까요. 두 사람은 벤치에 앉아있습니다.
아마 시즈카에게 기댄채로 잠들어 있었던 것 같네요.



피곤하면 더 자는건 어떠니? 다음 버스가 올 때 까지는 시간이 남은 것 같구나.



조용하게 읊조리듯 말하는 시즈카의 목소리는 어딘지 모르게 지쳐있는 것만 같다는.... 이유모를 감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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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시야에 들어오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어느 버스 정류장에서도 볼 수 있을 법한 편범한 전광판 하나다 눈에 띄네요.
노이즈가 끼어있는 탓에 글자를 제대로 읽을 수는 없지만, 아까 보았던 전광판에 비해서는 조금 덜합니다.

인도자. ....의 이름을 호명할 때, 다음 버스가 도착합니다.

(젠장! 미안! 안불렀다고 해줘 바로 출발할수는없잖아,,,)


세이는, 첫번째 정류장에서 시즈카의 이름을 호명한 직후 버스가 도착한 것을 떠올립니다. 여기서도 마찬가지인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드네요.
주위에는 아까와 같은 구조물들이 보입니다. 벽과 전광판, 벤치. ...벽에 핀 꽃은 없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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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스 사고의 충격 탓이었을까요? 어쩐지 께름직한 기분이 듭니다.


(지금... 이름을 부르는 것 말고 다른 뭔가를 해야한단 거ㅜ맞죠 그게 뭔지 알려고 아이디어 판정했는데 펌블난거고)


...무섭게 허공을 가르는 시즈카의 목소리는 어째서 이만큼이나 빗물에 수몰될 듯 참담히 젖어있는지.
시즈카가 세이의 이름을 호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 번째 버스가 저 멀리서 빗속을 헤치고 다가와 정차합니다.
버스는 지금까지 승차했던 버스와 달리 커다란 2층 버스입니다.
아, 실은... 누가 불러도 상관이 없어ㅆ던걸까요?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도, 네가 나의 이름을 불러도... 아무래도 좋았던 것 입니다.
두 사람 앞에 멈춰선 버스의 탑승구가 입구를 벌립니다.
..하지만 왠지, 타고싶은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아까의 버스사고 때문이었을까요? 그저, 그래선 안될 것 같습니다.
이유 모를 충동만이 가득한 기분입니다.


다른 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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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카의 표정이 좋지 않습니다. 어쩐지 내내 슬퍼보이는... 아주 간절한 표정을 짓고 있네요.
아까, 말하지 않았던가요? 당신이 가야 하는 곳으로 데려다 주겠다고.
울듯한 표정으로 당신의 손을 잡는 시즈카의 손이 시리도록 차갑습니다. 적어도 따라간다고 해서 위험하진 않을 것 같네요.

버스의 전면 유리창에 붙어있는 라벨에는 0923번 이라는 숫자가 적혀있습니다.
세이와 시즈카가 버스에 올라타자, 어디선가 머리아픈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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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전 들었던, 이젠 익숙해지고 만 단말마와 같은 이명이 삐- 하며 귓가를 울리고 사라집니다.
버스의 문이 닫히고, 버스가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차창 밖으로 온통 습기뿐인 세계가 스쳐 지나갑니다.
버스는 지금까지의 버스와 마찬가지로, 텅 비어있으며 버스기사 역시 보이지 않네요.
이 안에 존재하는 탑승객은 그저 세이와 시즈카, 두 사람 뿐입니다.
버스 내부에는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보이지만... 입구가 닫혀있습니다.
닫혀있는 입구의 문에는 커다란 자물쇠가 걸려있는 것이 보입니다.



버스 내에는 무언다 특별한 것이 보이진 않습니다. 다만 품에 안고있는 국화가 훨씬 더 생기를 잃은 것이 보이네요.
갓 생명을 피워낸듯 희고 투명하던 꽃잎은, 이제는 그저 계절을 잃은 이름 모를 들꽃처러 보일지도 모릅니다.
단지 몇 송이의 국화만이 처량히 바래진 꽃잎의 색을 발할 뿐 입니다.
...그리고, 어째선지 시즈카는 조금 전 부터 멍해보이네요.
지친걸까요? 어쩌면 피곤한걸지도 모릅니다. 침체되어있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 기분이 좋아보이진 않습니다.










안된단걸 알면서도, ...그냥, 빌어보는거지. 다시 너와 만나고싶었다거나, 살고싶다거나.. 같은걸 말야.




...하지만 신이라니, 정말 허망한 이야기 아니니?. 없는 존재일테니까. 그렇게 생각하지?

그런 게 존재하고, 평등한 존재가 아니라면 이 세상이 발칵 뒤집힐걸요.






(우리가 앉아있던 좌석을 볼까?)
관찰굴려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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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앉아있던 좌석을 살피자, 좌석 바닥에 무언가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책? 책이라기보다는.... 얇은 책자에 가깝네요.
푸른 색의 표지에는 아기자기한 회전목마 그림이 프린트 되어있습니다.
놀이공원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화려하고도 쓸쓸한 푸른 대낮의 회전목마네요.
적혀있는 제목은 'merry go roung' ...메리고 라운드, 회전목마를 지칭하는 단어입니다.


책자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Merry go round
한 사람이 생을 마감하여 막 망자를 위한 길로 들어서기 직전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흔히 인생의 주마등과 마주하곤 한다.
지금껏 살아왔던 인생이 눈 앞에서 한 차례 영화처럼 펼쳐지는 현상을 주마등 현상이라고 한다.
죽음의 끝에 당도한 산 자여, 그대의 삶이 적어내려간 필름의 길이를 돌아본 적이 있는가?
....
책자를 읽자, 세이는 어쩐지 강한 두통과 함께 현기증을 느낍니다.
그리고 점점 흐려지는 시야. 무언가를 채 하기도 전에 세이는 정신을 잃습니다.
...빛도 한줄기 들지 않는 맨 밑바닥의 어둠 속에서, 세이는 환각을 마주합니다.
환각 속에 삶에서 가장 기뻤던 순간이, 가장 슬펐던 순간이, 죽어서도 잊지 못하리라 여겼던 반짝이던 삶의 조각과,
어느 순간 내 삶에 끼어들어 뿌리를 내리고 침범한 사람, 시즈카와의 첫만남.
빼놓을 수 없는 여러 기억들이 스쳐지나갑니다.
함께 맛있는 것을 해먹으려다 요리를 실패한 기억, 처음으로 그 앞에서 눈물을 터뜨린 기억. 함께 놀이공원에 가 행복하게 웃어버렸던 그런 순간들....
한동안 빠른 속도로 영상이 스쳐 지나가고, 잠시간 필름이 끊기고 말간 어둠이 지속됩니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문득, 다시금 빛처럼 터져나오는 영상이 하나, 두 사람의 모습입니다.
시즈카와 세이, 두 사람은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함께 향하고 있습니다.
차창 밖으로는 비가 내리고 있네요.
우리는 행복해보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한없이 다정하며, 애정이 넘치는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서로의 손을 꼭 맞잡고 있습니다. 고즈넉한 빗소리의 향연마저 서로간의 애정에 담뿍 물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 행복도 잠시,
...쾅-!!
반대편 차선을 지나치던 트럭과 버스가 갑작스레 충돌합니다.
직후 들려오는 것은 커다란 굉음, 쇠가 굽어들고 절단되는 듯한 소름끼치는 금속음...
무언가 터지는 소리, 날아가는 소리, 어딘가에 들이박는듯한 충격, 사람들의 비명소리,
온 몸의 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찢겨나가는 듯한 생생한 통증,
쉼없이 흔들리고 요동치는 어두운 화면사이로 그런 세이를 한 점 망설임 없이 끌어안는 누군가가 있었습니다.
당신은, 강한 힘으로 끌어안겨졌습니다.
아니, '누군가' 라고 특정지을 필요도 없죠.
당신의 곁에서 사시사철 피어나는 국화처럼 존재하던 사람은 누구인가요?
늘 세이, 당신을 위해 스스로를 아끼지 않았으며... 온 생애를 다해 열렬히 사랑했던 사람은 누구인가요.
그야... 시즈카가 아니었나요. 하나레이시 시즈카 입니다.
그가 세이, 당신을 강한 힘으로 끌어안았습니다.
암전하는 버스의 내부를 어둡게 띄우며 필름이 또 한 차례 뚝 끊겨나갑니다.
떠오르는 영상의 날짜는.... 1년 전의 오늘이네요.
아, 그제서야 지금까지 서리가 내린 듯 희뿌옇기만 하던 기억 하나가 마치 퍼즐조각퍼럼 맞달라붙습니다.
1년 전의, 사고가 떠오르네요.
1년 전, 돌이킬 수 없는 사고의 현장에 존재하던 것은 시즈카만이 아니었습니다.
시즈카와 세이, 두 사람이 함께 있었습니다.
세이, ...당신을 제외한 탑승객 전원이 사망했던 그 참담했던 사고의 현장에서, 시즈카는 당신을 끌어안고 죽었습니다.
오로지 당신만을 위해서요.
...이건 주마등인가요?
그래요, 이건 주마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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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순, 강한 충격과 함께 주마등이 돌아가던 공간이 산산히 부숴져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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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말단부위부터 심장까지 강한 전기가 흘렀다 사라지는 것만 같은 감각. 이윽고 수몰됩니다. 그 조각들과, 끊임없이 퍼붓는 빗소리에 한데 뒤엉켜있던 환각들이 수몰됩니다.
귀를 먹먹히 침수시키는 낙수음, 당신은 흔들리는 버스 좌석에 앉은 채 눈을 뜹니다.
기억이 났습니다. 떠올려버렸죠. 1년 전의 그 날 시즈카는 당신을 끌어안고 대신 죽었던겁니다.
고개를 돌리면 시즈카는 창가에 머리를 기댄 채로 곤히 잠들어 있습니다. 본인의 말과는 달리 많이 피곤했던걸까요?
깊게 잠들어 있는 것 같이 보입니다. 아마 깨워도 금방 일어날 것 같진 않아보이네요.
덜컹.
버스가 방지턱을 밟고 흔들립니다. 머리가 어지럽습니다.
그에 맞춰, 짤그랑. 무언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미약한 금속음이 들려옵니다.

바닥을 살피면.... 회전목마 키링이 달려있는 작은 열쇠 하나가 보입니다.

세이는 주운 열쇠로 자물쇠를 열었습니다. 다행이도 이 열쇠가 맞는 모양이네요.

세이는 버스의 2층으로 올라갑니다.
버스의 2층으로 들어서면, 그 장소는 이상하게도 단촐한 방과 같은 형식을 하고 있습니다.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차창에서 물기를 머금은 탁한 빛이 터져나와 내부를 은은히 비추고 있습니다.
내부에는 책상과 책장, 그리고 침대 하나가 놓여있네요.

책상은 깔끔하게 정돈되어있습니다.
그 위에는 그 흔한 필기도구도, 책도, 사용감마저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 흔한 먼지조차도 쌓여있지 않네요. 말끔하다 못 해 쓸쓸해보이는 책상 한가운데, 반으로 접힌 쪽지 한 장만이 덩그러니 놓여있습니다.

'생과 사의 갈림길, 죽음이 머지 않은 영혼의 길을 인도하는 사자는 생전 그 사람이 가장 사랑했던 자의 얼굴로 나타나 여로를 안내한다.'
쪽지의 내용은 그리 길진 않지만, 어디선가 들어보았을 법 한 이야기가 한 줄 적혀있네요.

책장에는 책이 한가득 꽂혀있지만, 그 어느것도 읽을 수 없어보입니다. 모르는 글자라거나... 내용이 비어있다거나. 그런 검은 책들의 책등만이 마치 밤하늘처럼 빼곡히 즐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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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
아오
행운 깎아도 되나요?)
책장이니까 뭘 또 굴릴 수 있을까요?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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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러짐)
나중에 다시 찾아보는건 어떨까?

침대는 꼭 병원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병실용 침대입니다.
다가서면 커튼이 반쯤 쳐져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네요.
커튼 위로 핀이 꽂힌 명찰 하나가 매달려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명찰에 적힌 이름은....
'아야노코지 세이'
당신의 이름이 적혀있습니다.
문득, 당신은 뼈를 치고 사라지는 기시감에 휩싸입니다.

반쯤 쳐져있는 커튼을 걷어내자 드러나는 것은, 쓸쓸하기 짝이 없는 병실의 매트리스 침대.
침대 주변으로 즐비한 온갖 의료장치들...
그 사이에 푸른색의 담요를 덮고 누워있는 사람은 입가에 산소마스크를 뒤집어 쓴 채 눈을 감고 있습니다.
그제야, 당신은 형용할 수 없었던 기시감의 정체와 마주합니다.
저기에 누워있는 사람은... 세이, 당신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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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에 누워 끊임없이 즐비한 의료기계들 틈 사이에서, 산소 호흡기를 뒤집어 쓴 채, 실낱같은 생명을 부지하고 있는 사람은... 세이 당신입니다.
그 사실을 확인하자, 어디선가... 귀를 울리는 기분이 듭니다.
이건... 이명일까요? 방금, 무슨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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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읽을 수 있는 책이 있을까, 책장을 살펴봅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읽을 수 있는 책은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책들 사이에 비죽 튀어나온 쪽지 한 장이 눈에 띄네요.

쪽지에는 죽음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적혀있습니다.
'죽음의 이름은 곧 다음 생으로 향하는 문이 열리기 전까지의 영원한 안식을 의미한다.
그 안식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사자는 산 자의 이름을 세 번 부른다. 세 번의 호명 끝에 산 자는 비로소 망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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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 당신과 시즈카가 버스에 오를 때 마다... 시즈카가 당신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나요? 어쩌면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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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는 방을 둘러보았습니다. 그러자... 침대 옆, 커튼에 살짝 가려진 의료기기들이 눈에 띕니다.

(체크해봅니다...)
세이는 의료기기중, 가장 눈에 띄는 심전도 기록장치를 확인해봅니다.
기록장치의 모니터 위로 마치 미약한 파도같은 세이의 심전도 곡선이 출력되어 흐르고 있습니다.
마치 당장이라도 숨이 멎을 것만 같은, 연약하고도 미약한 곡선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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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 지금까지 귓가를 스치고 지나갔던 수많은 이명들을 기억하나요?
아니, 당신이 생에서 멀어질 때 마다 귀를 때리던 심전도기록장치의 기계음을 기억하나요?
이제야 확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당신을 감싸안고 죽어버린 사람의 희생이 무색하게, 당신은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버스는 무엇인가요? 정말 당신이 알고 있는 곳으로 향하는 것이 맞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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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없는 현실의 연속입니다.
아니, 이제 이건 현실이 아니겠지요.
이 버스는, 스스로가 수몰되어가는 버스.
'영원한 안식'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타 있는 것은 바로 세이, 당신입니다.
...
어쩐지 몸이 강하게 흔들리는 것만 같은 느낌에 눈을 감았다 떠올리면,
흐릿하고 침침한 시야 너머로 희기만 한 천장이 보입니다.
삐, 삐, 삐... 벨이 울리는 소리, 장치에서 터져나오는 다급한 기계음 소리, 위급한 환자의 위치를 알리는 병원의 방송 소리...
급박한 발걸음 소리가 뭉개지고, 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당신의 이름을 부릅니다.
...그리고 당신은, 무언가 대답할 수도 없을 만큼 짧은 현실을 보고 다시 눈을 감습니다.
....
쏴아아, 고요하고 적막하게 수몰하는 세상을 오로지 빗소리만이 물들이고 있습니다.
낙수하는 빗물은 봄의 끝물에서 삶을 모두 피워내고 낙화하는 벚꽃과도 닮았죠.
정신을 차리고나면, 어느새 정류장의 벤치에 앉아 잠을 자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자연스레 시선이 내려가면, 품에 안고있는 국화꽃은 이제 생기란 것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히 시들어있는 것이 보이네요.

어째서일까요? 아까까지만 해도 당신의 곁에 있었던 사람, 당신의 연인은 어느곳을 둘러봐도 머리카락 한 올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벽은 별다를 것 없는 깨끗한 벽입니다. 다만 빗물이 튀어 여기저기 얼룩이 남아있습니다.

고개를 들어 전광판을 시야에 담습니다. 지금까지의 전광판과는 달리 조금의 노이즈도 끼어있지 않아보입니다.
이제는 온전히 모든 글자를 읽어낼 수 있을 것 같네요.

'인도자가 인도를 받을 자의 이름을 호명할 때, 마지막 버스가 도착합니다.'
아, 그래요. 그랬던겁니다. 어렴풋이 의심했을지도 모르지만, 정말 누가 불러도 상관없던게 아니었던거죠.
세이는 지금까지 시즈카가 당신의 이름을 불렀던 것을 떠올립니다.
그러고 보면 꼭, 시즈카가 당신의 이름을 부른 뒤에야 버스가 도착하지 않았던가요?
그야 당연한걸요, 저 메시지에 따르면... 인도자는 시즈카, 인도를 받을 자는, 망자의 길에 들어선 자. 죽음의 여로에서 가장 먼저 버스에 올라타있던 자. 바로 세이 당신입니다.
그렇지만 왜일까요. 주변을 둘러보묜 당신의 이름을 불러주어야 할 시즈카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당신만이 홀로 텅 빈 정류장 벤치에 앉아있을 뿐 입니다. ...그는 어디로 가버린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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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별다른 변화는 없으니까 화이팅! 그냥 둘러봐도 된다!

문득 텅 빈 옆자리가 눈에 들어옵니다.
시즈카가 앉아있어야 할, 늘 자리했던 곳에는, 한 통의 편지와 함께 우산 하나가 곱게 접힌 채 놓여있습니다.

'안녕 세이, 잘 잤니? 네가 깼을 때 내가 사라져있어서 당황할까 봐 미리 편지를 남겨두기로 했단다.
끝까지 읽고, 아래에 적힌 장소로 찾아와 줬으면 해.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세이는 유능한 후배이니 잘 와줄 수 있을거라 믿을게.
...1년 전 오늘, 세이, 너와 함께 타고 있던 버스가 빗길에 미끄러져 트럭과 추돌하는 사고가 있었단다. 기억하려나?
나는 그 사고에서 너를 대신해 죽었어. 하지만 세이, 내가 그런 선택을 했다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가지고 괴로워 하지 않았으면 하는구나.
그래서... 가능하면 숨기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무리인 것 같네.
그래도 다행히, 너는 곧장 병원으로 옮겨졌어. 하지만 세이, ...너는 1년째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란다.
점점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는 네 영혼은 최근 삶의 경계를 온전히 벗어났지. 그런 네 영혼을 노리는 존재들이 있었고...
세이, 나는... 그런 널 안전한 죽음으로 데려다주고 싶었단다.

그래서 아주,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신적인, 신이라 불러도 좋을 존재와 한가지 약속을 했단다.
그 약속 덕분에 나는 널 안전한 죽음으로 안내할 수 있게 되었단다. 그런 힘을 얻게 된거지.
우리가 지나친 정류장, 네 이름을 부를 때 마다 타이밍 좋게 오던 버스들 모두 그 일부였단다.
하지만 세이, 이젠 네 이름을 부르지 않아도 괜찮아. 아주 좋은 소식이 하나 생겼단다.
다른 이의 도움을 받아 널 다시 돌려보낼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었거든. 이제 목적지는 바뀌었단다.
내가 처음에 했던 말을 기억하니? 네가 길을 잃지 않도록, 네가 가야 할 목적지까지 데려다주겠다고 말하지 않았었니.
곧, 내가 있는 곳에 너를 다시 삶으로 돌려보낼 버스가 도착할거란다.
그러니까 세이, 이 편지를 전부 읽으면.... 국화꽃을 들고 건너편 정류장으로 건너와줬으면 해.
아주 짧은 거리니까, 그 사이 길을 잃진 않을거라 믿어, 세이. 기다리고 있을게.
세상에 이런 일이 존재할 수 있을까요? 그 누가 사후세계를 상상했을까요. 그저 미신이라 치부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이야기들을 당신은, 지금 이렇게 생생히 겪고 있습니다. 살아생전 있을 수 없는 이야기들에 세이, san 1/1d3 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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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류장 너머로 안개가 자욱합니다. 저 건너편, 조금 떨어진 곳에 분명 또다른 정류장이 존재하겠죠.


우산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하늘에 구멍이 난 듯 쏟아지는 빗줄기는 이리저리 튀어오릅니다.
발끝을 적시는 빗물은 기실 뜨거운지도,차가운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요. 그 아무 것도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야 당연한걸요, 당신이 지금 온 힘을 다해 집중해야 할 것은 이런 비따위가 아닌 단 한 사람뿐인걸요.
얼마나 걸었을까, 저 멀리 떨어지는 비를 받아내며 서있는 시즈카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동시에 그제야, 그가 입은 정장이 마치 꼭... 세상이 말하는 인도자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처연히 떨어지는 비를 맞던 시즈카는 문득 당신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보이는 것은, 만나고 나서 그리 신경쓸 필요가 없었던... 그의 표정이 보이네요.
당신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일까요? 얼굴에 기뻐보이는 미소를 만연히 띄고 있지만... 어쩐지 동시에 슬퍼보이기도 합니다.
시즈카의 어깨 너머로, 희미한 불빛이 들어오는 전광판이 보입니다.
전광판의 메시지는 우리가 원래 앉아있던 반대편 정류장의 전광판 메시지와 그 내용이 상이하네요.
'삶으로의 귀환. 삶으로 인도받을 자가 인도자의 이름을 부르면, 삶으로 향하는 생환버스가 도착합니다.'

이제 네가 내 이름을 불러줄 차례가 왔구나.
네가 내 이름을 불러주면... 기쁠거야. 그렇게 해주겠니?

또 나 혼자 그렇게 남아요? 왜 나만 혼자... ...


그게 나를, 선배를 태워버린다 해도... 잠시라도 함께 느껴보고 싶은데. 선배는 왜 날 강렬한 빛속으로 밀어넣으려 하나요. 왜 나만 홀로 그 곳에 남아야해요.





우린 다시 만나게 될거야, 너만 홀로 남는게 아닐테니까, 날... 기다려줬으면 해. 약속하지 않을래?
네가 먼저 돌아간다면, 몇달, 몇년이 걸려서라도 다시 만나러 갈거라고. 다시... 널 만나서 사랑한다고 말 할 수 있다고, 약속할게.






세이, 당신은 시즈카의 이름을 호명했습니다. 바람이 불어오네요.
온전히 침체된 죽음의 여로 반대편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어깨가 젖어듭니다.
바람이 이렇게 세차게 불면, 우산도 소용이 없는 법이죠.
그러니 당신의 연인의 뺨을 타고 흐르는 것은 눈물이 아닌 빗물인 겁니다.
얼마 있지 않아 정류장 앞에 라이트를 켠 버스가 한 대 정차합니다.
버스의 번호는, 1231번.

마지막으로, 인사할까? ...오랜 시간 만나지 못할지도 모르잖니.



세이는 흠뻑 젖은 다리에 힘을 실어 버스에 승차합니다.
버스에 올라타면, 버스의 문이 미끄러지듯 닫힙니다. 창 너머로 쓰게 웃는 시즈카의 표정이 보이네요.

무어라, 답을 건네기도 전에 버스는 움직입니다.
수몰되는 세계에서, 수몰될 듯 슬프기만 한 버스가 빗길을 가르고 내달리기 시작합니다.
이젠 당신을 제외한 그 누구도 존재하지 않는 버스 안. 돌아가 마주할 삶을 어떻게 견뎌내야 하는걸까요.
시즈카와 한 약속을 추억하며? 그가 돌아오길 기다리며? 그렇다고 해도 많이 보고싶을테죠. 서로가 서로를 그리워할겁니다.
다시 만나기 전의 수많은 시간을 버텨내며 아주, 아주 많이 보고싶어 하겠죠.
시선을 내리면, 어느새부턴가 당신은 환자복 차림을 하고 있습니다.
품에 안겨진 국화 꽃잎은 까맣게 시들어있던 아까까지와 달리 물기를 머금어 생생해진 모습입니다.
다시 피어난거겠죠, 당신의 삶을 향해 되돌아가는 이 버스 안에서 말입니다.
국화를 다시 한 번 볼까요, 국화의 색이 아까와는 다르지 않나요?
이제 더는 흰 국화가 아닙니다. 붉은 국화네요, 세이.
떠올랐나요?
붉은 국화의 꽃말은,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
삐, 삐, 삐.
익숙하고도 적막한 빗소리, 그 틈 사이로 새어나오는 희미한 기계음에 눈꺼풀을 떠올립니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흰 천장, 소독약 냄새, 밝은 빛.
아, 바뀐 목적지에 잘 도착한 모양입니다. 이 곳이 바로, 시즈카가 인도해준 당신의 목적지입니다.
심전도기록장치의 틴벨과도 같은 소리 대신, 놀란 간호사의 목소리가 귀를 울리고.
커튼을 쳐내며 급히 들어서는 의사의 얼굴.
난잡하게 흐드러지는 내 삶의 빛, 네가 없는 너의 기일, 내가 살아 돌아온 비내리는 밤의 병실.
어쩐지, 눈가가 시큰한 것같은 느낌이 듭니다.
가슴에 담기 벅차고, 감은 눈 아래 떠올리기 힘들고, 그 삶이 짧았기에 찬란했고 슬픈 이름이 있습니다.
안녕, 하나레이시 시즈카.
한 점 떨림 없이 애정이 담긴 목소리로 네 이름을 부르는 것,
그것이 내 사랑의 정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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