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06
[브금 있습니다. 에쓰비-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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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나 때문은 아니야."
늘 하던 소리이다.
'하지만 원인은 나였지, 늘.'
이것 역시 늘 하는 생각이다.
벌게진 눈에서 속수무책 없이 흐르는 눈물처럼, 시간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것은 시간 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쉬지않고 갈 길을 나아가는 친구, 가족, 시간. 시간. 시간.
_나는 남들과 달리 한 곳에 멈춰있는 존재다.
그래, 고인 물 처럼 천천히 썩어가는 더럽고 저주받은 존재.
오래 전 부터 나는 누군가 내 곁을 스쳐지나갈 때, 늘 그들의 손을 잡아채곤, "가지마. 날 두고 가지마. 나를 사랑한댔잖아." 라며 말하곤 했다.
사람은 미래로 나아감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나는 그리했다. 나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살아가지 말라 했다. 단지 나 하나만을 위해.
"내가 사랑하니까 내 옆에 있어줘." "당연히 떠나지 않을거라 믿어." "우리, 친구지?"
"네가 없다면 나는 죽어버리고 말거야. 너무 외로워. 옆에 있어줘."
사랑하는 이들이 꺾어놓은 꽃다발 처럼 천천히 시들어갈 때 쯤, 무언가를 손에 쥔다면 반드시 바스러뜨리고 만다는 것 을 깨달았다. 나는 남들을 상처입히고, 다치게 해서, 죽이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이기적일 수 밖에 없어. 더이상 누군가 스러지는 모습을 보고싶지 않아. 어제 만난 친구도, 오래된 친구도, 사랑하는 연인이 있다면 그도, 행복한 나날을 함께했던 가족도.
"이런 재능 아닌 저주따윈 없었다면 좋았을텐데."
생각이 들 때는, 이미 많은 것이 시들고 난 뒤. 처참하리만치 잔혹한 현실을 받아들이기엔 너무도 어렸다.
너무 일찍 포기하는 법을 배웠다. 너무 일찍 더나보내는 법을 알았다. 늦게 알아도 되는 무언가를 나는 너무 많이, 일찍 알아차리고 만 것이다. 그렇기에 다가가되 진심으로 타인을 친애하지 말라 본인을 다독이고, 언제나 타인과의 이별을 준비했다. 언제 사라져도 덤덤히 넘길 수 있게, 그렇게.
나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떄가 되면 작별을 고하고, 아무렇지 않게 새로운 인연을 환영하려 들 것이다. 과거에 얽힌 실을 어떻게든 끊어낼 것이다. 얌전히 풀어내려는 시도는 이미 신물 날 때까지 했었다. 이제 지쳐버리고만 거야. 기대하지 않는거야. 언제나 인연은 달콤하지만 한 번 맛본다면 곧바로 죽어버릴지도 모르는 독초와도 같은 것이다.
_그렇지 않다면, 내가 설 곳이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반드시 추락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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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품에 안기는 것은 언제나 따듯하지만 동시에 견딜 수 없을 만큼 뜨겁다.
바로 지금, 딱 그런 기분이다. 따스하지만 속이 타들어가는게 느껴진다. 왜 하필 나야, 왜. 소중히 여길만한 무언가는 세상에 차고 넘치지 않는가. 꼭 나일 필요는 없지 않는가. 나여선 안되는게 아니었나.
눈물이 따듯하다. 동시에 타는듯이 뜨겁다.
"해가 될 뿐이야. 포기해. 형이 안 한다면 내가 밀어낼거야. 내가 소중해?"
'미안해, 나도 옆에 있고 싶어. 하지만 나는.'
"하지만 나는, 그럴 가치가 없어. 설득은 포기해."
'안될거야. 오롯이 내 욕심이지만 타인을 위한 선택이라서.'
"나는 이미 충분히 이기적이야."
'아껴줘서 고마워, 이젠 그만 해도 좋아.'
"내가 가족이라서 챙기는거라면 이젠 그만둬. 진짜 가족도 아니잖아? 가족놀이는 그만두지 그래. 재미 없잖아. 이런 시시한 애 말고 다른 친구에게 가족이 되어달라고 해.
더 이상 내가 서 있을 곳을 부수지 마."